<빨갱이>란 무엇인가? 왜 그 단어를 썼나? 쓰나?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 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 패닉, 노래 <왼손잡이> 중에서
<당신의 바로 그 허상 제4화> '빨갱이'란 무엇인가? 왜 그 단어를 썼나? 쓰나?
<빨갱이>의 어원을 아십니까? 아무도 잘 모르실 겁니다. 위키백과를 찾아봤습니다. 그래도 여러 네티즌의 생각이 모아져 있겠다 싶었지요. 짤막한 한 줄입니다. 설명이 조금 간단하지만 한 번 옮겨 적어봅니다.
"공산주의 이념 가운데 피지배자의 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을 상징물에, 특히 국기에 쓴 것에서 아마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 기서도 <아마>가 등장을 합니다. 자신이 없다는 것이지요.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의 국기에만 빨간색이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요. <색>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국기색이 빨강이라는 것은 <태양 혹은 피?>라는 형태로 연구되기도 하고, 사회주의에서 빨강은 그 자체가 <혁명의 색>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산주의=빨갱이라고 할 때는 그에 대한 거부감 즉, 레드 콤플렉스를 저변에 깔고 있다고도 하지요. 그러나 이것이 어원은 되지 못합니다.
좀 멀찌감치 뒤지다 보면, 김소월의 오산고보 후배이고 월북 시인으로 최근에서야 재조명되고 있는 <백석>이 있습니다. 그의 시 가운데 <대산동(大山洞) -물닭의 소리3>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 말이다
눈빨갱이 갈매기 발빨갱이 갈매기 가란 말이지
승냥이처럼 우는 갈매기
무서워 가란 말이지"
' 비얘고지'는 평북 덕언면 신장통 '비파부락'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제비의 지저귐 소리와 겹쳐서 사용을 했지요. 이 싯구에서 '눈빨갱이', '발빨갱이'라는 단어가 보기 드문-사실 1945년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지요. 듣기도.-하나의 예로 남습니다.
단순히 <좌파=빨갱이>라는 등식은 왜 나왔을까?
해 방 이후 이승만 정권을 등에 업은 친일파들은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빨갱이>라고 부르기를 즐겨 했습니다. 이른바 <빨갱이=친북 공산주의자>라는 등식은 <빨갱이=간.첩>으로 취급범위를 확장하여 갑니다. 레이블링을 만들어간 것이지요. 그것은 곧 <(빨갱이) 타령>으로 걸죽하게 박자를 형성하더니만...그 주어진 색채인 빨강 만으로 <색깔론>으로 요란스럽게 논리화를 시도하기까지 이르게 됩니다.
즉, 이것은 시작으로만 본다면, 그리고 진행과정에서 모두 <친일파를 위한 변명으로 이름 붙여진> 내부적이고 내생적인 레이블링이 있다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국가 보안법 하에서는 이것은 다시 영역을 확장하게 됩니다. <체제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자 혹은 무리>는 '빨.갱.이'라고 불리고 그들의 레이블링을 옮겨 붙이게 됩니다.
조 금 냉정하게 본다면...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빨갱이라는 단어 붙이기>는 1945년의 시점이었던 해방공간의 권력 투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온 상태에 한 가지 초(超) 악성의 의식도 함께 따라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과 의견이 틀린 사람은 무조건 '빨.갱.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 경우에는 나와 의견만 틀리면 일종의 메카시즘으로 몰고가려는 강한 경향성을 보입니다. 뭣도 모르고 이 말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아주 강한 <편협주의자>임을 상징하게 되는 것이 되지요. 이 의식이 사실상 광범위하게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로 <단어의 허상>에 푹 빠진 것이지요.
흔 히 이데올로기를 말하면서 보수 이데올로그는 '빨갱이'를 진보 이데올로그는 '파쇼'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아직도 빨.치.산에서 빨.갱.이가 나왔다고 믿는 경우처럼. 그러나 분단과정에서 사실상 허다했던 진보관념의 인사들이나 특히 민족주의 성향을 지녔던 지식인들은 사냥을 당하게 됩니다. 바로 친일파에게 의해. 그들은 보도연맹을 조직해서 지식인들 수십만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4.3항쟁의 경우에도 진압과정에서 제주도민 약 10만명이 희생이 됩니다. 그 때도 마찬가지로 <좌익=빨갱이>라는 등식이 있었지요.
얼마전 촛불민심에서도 그렇더군요. 무슨 그런 <빨갱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가 보니, 거기는 선연하게 두 가지의 정의가 나옵니다. 하 나는 기득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레이블링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촛불민심 자체를 해방 초기의 마녀사냥과 동일하게 취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더군요. 그 속에는 아주 지독스런 모순이 존재합니다. 즉, 사회주의자들은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이라 하지 빨갱이라 하지 않는 것이고, 촛불민심의 입장에서 볼 때는 <친일파와 빨갱이>는 결코 상대어가 될 수 없음에도 견강부회를 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스스로 국적을 바꾸려는 행위지요. 정체성의 혼란입니다.
<백석>의 싯구의 <빨갱이>는 빨갛다는 우리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그렇게 붙여주는 것이지요. 눈도 발도 그렇다고..갈매기가 그런 놈이 있다고 하는 것이지만, 그 갈매기의 몸통은 흰색이 많지요. 그러므로 빨간 것은 부분일 뿐이지요. 마치 심장과 내 몸 속이 빨갛고, 내 입술이 빨갛고 술에 취하면 어떤 이는 얼굴이 빨갛고, 추운 날에 코가 빨개지는 사람이 있듯이.
금성교과서를 기어코 수정하겠다고 덤벼서 수정을 시키는 군요. 교과부 우형식 1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1급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내었습니다. 청와대는 교과부 전면개편의 특단조치를 강구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군요. "독단적 교육정책으로 교육현장을 황폐화했다"는 정책실패의 사유를 안고 물러났던 전 청와대 교과문화수석 이주호가 교과부 차관으로 간다는 게 유력해지는 듯 하군요. <경쟁과 효율>.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지만, 사실상은 지금의 교육정책의 입안자로 불려도 부족함은 없겠지요. 독단과 황폐화. <경제와 교육>가운데, 기를 쓰고 교육을 어떻게든 두들겨 바꾸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집인가요?
하여간에 '언어'라는 것은 잘 골라서 사용을 해야합니다. 지금 '빨갱이'라고 사용하는 사람은 약간 정신이 없거나 편협하거나 아니면 1945년의 그 날 이후가 그랬듯이 스스로 메카시즘의 중독자이거나 또는 아주 악성의 <친일관념이 골수에 파고든> 심성 파괴자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