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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후예이길 거부하는자 .. 꺼져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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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역 지하도의 어느 노숙자. 그의 신발은 나의 것보다도 더 깨끗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길에서 자야하는 것은 집을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골판지로 정성들여 침실을 꾸미는 모습이 마치 저녁기도처럼 경건하다. 하늘이시여...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기는 커녕 왜? 버림받은 이 도시에서는 왜 저희와 함께 계시지 않으시나이까? 나는 저기에 카메라를 들이밀어서는 안된다... 내가 저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단 하나도 없는데... 나는 따뜻한 방과 부드러운 침대가 있는 커다란 집을 갖고 있다."


"남들보다 더 잘 산다는 것은 죄악이다."


"태생적인 방랑자를 구속할 권리는 물론 사회에게 없다. 그러나 노숙자가 경제라는 경쟁의 희생자라면, 국가는 노숙자를 구제할 의무를 갖는다. 노숙자가 단 한 명이라도 발생했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포기했다는 말이며,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마치 자식을 버린 애비가 애비라고 불리워져서는 안되는 것처럼. 국민들은 국민을 포기한 국가의 파렴치에 대해 반드시 분노해야만 한다."


"비록 온 나라가 부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한 구석에 내버려진 비참함이 없는 그런 사랑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어본다."

산다는 것이 사치라면 내 머물 곳을 갖는 것은 권리이다

 

비즈링크(bizlink)의 추석날 서울역 보고서를 다 읽었다. 오래전부터 명절이 며칠인지도, 그 날이 왜 명절이어야만 하는지도 관심없이 나는 살았기에 - 기껏 아는 날이란 의미없는 또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 - 비즈링크의 글을 보고서야 아! 어린 시절 배웠던 교과서 속의 추석, 동산에 올라가 보름달을 쳐다보며 강강수월래를 한다는 한가위가 그제 였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 명절이란 다른 휴일들 보다 조금 더 귀찮은 그리고 조금 더 외로운 그런 날일 뿐이었다.


그런데 비즈링크는 - 또 아고라의 정열적인 시민들은 - 조금 더의 귀찮음을 무릅쓰고 조금 더 외로운 사람들에게 다가 갔다. 우리는 한가위의 대동(大同) 두레적 나눔을 실천한 그들의 착함이 과연 노숙인들과 노숙인들을 방치하는 사회에 현실적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약간의 옷가지와 먹을 것과 치약과 담배,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있어줌... 그러나 최소한 그들의 추석 행사는 아직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의 이미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속죄 내지 동정의 굿판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동정(同情)이란 말은 싸구려 적선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공감(共感)이란 뜻이다. 우리는 아담 스미드 경제철학의 시작이 그의 도덕 정조론에서 부터 강조된 인간적 동정(sympathy)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소위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반역사적 즉 반인본적 정권에서는, 인간성 자체가 없기에 따라서 어떠한 도덕성도 찾을 수 없으며, 그러므로 그 몰도덕적인 자들에게서의 동정이란, 최하층계급의 비참한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게 함으로써 노동계급의 착취를 극대화하려는, 구역질 치밀어오르는 위선의 코메디임을 알고 있다.


비즈링크-아고리언들의 시민적 추석 이벤트는 - 국가의 부재를 드러내줌으로써 - 빈곤의 문제를 사회의 책임이 아닌 개인의 책임, 나아가 종교적 숙명으로까지 받아들이게 하려는 개독 정책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준다. 아키히로 장로정권에서의 개독은 분명히 아편일 뿐 아니라 독약이다. 분명히 룸펜 자본주의에서 "기부"란 말라 죽어가는 최하층민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교묘한 고문의 기술일 뿐이다. 분명히 개독 상업주의에서 "빈곤"은 소망복음 장삿꾼들의 흉악한 비겟살을 키워주는 좋은 먹이일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명절 때이면 옷가지 조금과 돈 조금을 모아서 불쌍한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만으로 - 마치 예배당에 가서 헌금 내고 찬송 올린 것으로 나의 죄가 사해지기를 바라듯 - 나의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인가? 물론 "남에게 나의 것을 베풀어준다"는 행위는 국민 개개인에게서는 최고의 선행이지만, 국민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은 분배구조의 발전을 막는 원인이 되며, 사회의 보수화와 귀족정치화, 그리하여 경제의 무정부화를 가져오게 된다... 양극화 사회는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차가운 이성을 내세우며... 기약없는 정의의 천년왕국을 기다리며... 대한민국이란 황무지의 어느 역 지하도에서, 외로이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는 쿠마에의 무녀들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당장 추위에 떨고 있는 저 사람에게 주머니 속에 딸랑거리는 백원 짜리 한 닢이라도 건네주지 않고... 다음 번 선거까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는 말 한 마디로 우리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따뜻한 인정(人情)의 사회는 흔히 나약과 부정(不正)의 온상이기도 하다. 아니, 타락한 정치는 항상 사람들 사이의 끊어버릴 수 없는 사랑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본능으로서의 측은지심(惻隱之心) 마저 억누르고 반인성적(反人性的) 자본주의의 타도 만을 외친다면, 우리가 꿈꾸는 "사람 사는 세상"의 도덕성은 무엇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우리는 감성과 이성의 딜렘마를 극복하고 그 변증법적 합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즈링크-아고리언들의 노숙자 돌보기는 단순한 개인적 동정의 행위가 아니라, 보다 나은 사회로의 길을 여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은 노숙자들의 등을 밀어 바깥 세상으로 올라오게 하는 계단이 아니다. 그 길은 바로 우리 사회가 노숙자들을 품기 위하여 내려가야 할 어두운 지하도이다. 비즈링크-아고리언들의 앙가주망(engagement)은 "노숙자 도와주기"가 아니라 "노숙자를 내버린 사회에게 노숙자를 다시 찾아주기"가 될 것이다. 왜?

 

프랑스의 노숙자 인권 단체 - 동키호테의 아이들


오늘날 노숙의 본질적 문제는 - 외국에서의 연구 결과이지만 - 빈곤(poverty)이 아니라 탈사회화(de-socialization)라고 한다. 즉 사회에서부터 완전히 배제(소외)되어 다시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 이전에는 (특히 실업의 완충지로서의 농업에 종사하는) 가족과 친척과의 유대가 남아 있었기에, 그러한 유대의 끈을 통해서 경제적 빈곤이 극복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인연의 끈이 끊어진 상태에서, 실직이나 이혼이나 가출은 한 "정상인"을 즉각 사회의 밖으로 쫒겨나게 하며, 일단 쫒겨난 이후에는 사회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다시 잡기가 대단히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


비즈링크-아고리언들의 시민적 추석 이벤트는 노숙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와 연계될 수 있는 "링크"가 과연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런 "이어맺기" 또는 "비즈링크적 소통"이 탈사회화된 노숙자들을 재사회화(re-socialization)하는 우선 과제이다. 그것은 - 마치 썩은 광우병 고기를 국민에게 선심 쓰듯 던져주며 장로정권에의 찬양을 강요하듯 - 쉬어빠진 주먹밥을 문둥이 골짜기에 던져주며, 죄 많은 자들아, 신에 의해 구원되기를 빌라! 고 외쳐대는 개독의 설교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역 지하도 카타콤브의 살아있는 시체들이야 말로 베드로의 예배를 받는 진정한 예수이며, 죄 없는 개인이 아닌 죄 많은 사회의 구원은 바로 그들을 사회의 품으로 안음에 있다는 논증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 비즈링크에 의해 이끌어진 "노숙자의 재사회화"라는 앙가주망은 조직적이고 계속적인 시민 운동으로서 피어날 것이다.


이것이 아고라의 꿈이며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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